학술지 논문

일제강점기 ‘풀뿌리 식민자’의 조선 이주 -구포 ‘향도(向島)’ 지역 이주 일본인의 생애를 중심으로

  • 저자
    이가연
  • 논문지명
    인문사회과학연구
  • 게재연도
    2020.08.

첨부파일

본문

1910년 강제 병합 이후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식민지 지배를 위해 고안해낸 여러 정책들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실행의 주체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 이주 일본인, 이른바 재조일본인들은 식민권력의 대리자가 되어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였다. 평범한 일본인이었던 쿠즈메 타다오[葛目忠雄]는 ‘절대 (일본으로)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1912년 일본 고치현[高知縣]에서 해역을 넘어 경상남도 구포 ‘향도’(向島, 지금의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동 일대)로 이주하였다. 그는 이곳에서 과수원과 수전을 경영하였고 1927년에는 동래군 서면 부암리로 이전하여 전문 포도농장을 경영하였다. 그리고 조선 이주 27년만인 1939년, 조선을 떠나 만주에서 자동차 수리사업에 종사하였다. 그곳에서 패전 임박 소식을 듣고 1945년 8월 9일 귀환길[引揚]에 나서서 1946년 10월 5일 나가사키의 사세보항[佐世保港]으로 귀환하였다. 그 후 나가사키와 구마모토를 돌아다니며 행상을 하였고 구마모토에서 결국 포도 관계 사업으로 돌아갔다. 쿠즈메 타다오는 20세기 초중반, 일본 제국의 확장에 발맞춰 일본-조선-만주로 이주하였고, 식민자로서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이곳에서 ‘성공’을 일구어냈다. 한 개인이 식민지에서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노력도 물론 중요했지만, ‘제국 일본’이 배경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Copyrights (C) 2018 동북아해역과 인문네트워크의 역동성 연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