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가 해양력 향상을 위한 근대적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은 아편전쟁에서의 패배였다. 아편전쟁이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견인한 사건이라면, 동아시아의 근대성은 전쟁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편전쟁은 해전이고, 그 이후에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전쟁의 대다수가 海戰이었다. 아편전쟁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영국과의 해전을 통해 세계를 파악하고, 청왕조의 변화를 모색하게 하였다. 이를 대변한 텍스트가 바로 『해국도지』이다. 이 책은 세계지리서라는 성격으로 인해 서구 문화의 수용을 제창하여 중국의 근대화를 추동한 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魏源이 밝힌 대로 『해국도지』는 군사서이다. 이 글에서는 군사 및 전쟁과 관련된 텍스트가 왜 세계지리서의 성격을 띠고 쓰여졌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통해 중국 및 동아시아 근대가 전쟁(해전)을 통해 비롯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검토하였다.